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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세이/컨츄리다방 제작일지

1화. 다음달부터 바로 방송 하죠!

by 명선 2021. 8. 23.

컨츄리다방

1화. 다음달부터 바로 방송 하죠!

 

    라디오다큐멘터리 '라디오사람책-이주민과 함께하는 사람들' 작업을 하는 도중, 1화를 담당하셨던 본부장님이 '라디오 방송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다. 사실 지난 4월에 미디어교사양성과정 교육을 듣던 중 체험했던 라디오 제작 경험이 꽤나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졌었기에 방송을 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제안을 한 번 넣어볼까?' 하는 생각은 있었다. 그런데 한 번 시작을 하면 쉽게 그만두기도 어려울 것 같고, 당장 12월에 출산을 앞두고 있어 방송을 시작하게 되더라도 최소 몇달간은 휴방을 해야할 것 같아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었더랬다. 그래서 국장님의 제안에 '팝송 외에 다른 여러 나라의 노래를 소개하는 음악프로그램을 하고 싶은데, 이런 저런 이유로 고민이 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휴방은 하면 되고 기획이 마음에 드니 다음달부터 방송을 하자고 쿨하게 얘기하셨다. 그래서 첫방송 날짜가 9월 23일로 확정되고, 이후 매월 셋째주 목요일마다 방송을 하기로 했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컬투쇼 레전드 사연 모음집을 가끔 들은 것 말고는 라디오를 들은 경험이 없다. 게다가 음악도 한국 음악, 특히 영어가 들어가지 않고 한글로 된 가사의 음악을 좋아한다. 이런 내가 외국 음악을 소개하는 음악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건 이전 직장에서 기획했던 뉴스레터의 한 코너로 이주민에 대한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뉴스레터는 아세안문화원에서 매월 발행하는 것으로, '한국 속의 아세안'이라는 코너였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세안 국가 출신의 사람들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 인터뷰이를 물색하던 중 결혼이주여성들이 본인들 나라의 전래동화를 동화책으로 만드는 '엄마나라 동화책' 프로젝트를 알게 된 적이 있다. 그때 그 프로젝트가 인상깊어서 '언젠가 나도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고 생각 했던 것이 이어져 이렇게 라디오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마침 라디오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곳 성서공동체FM에서는 이주민들이 직접 라디오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기도 하고, 이주민과 이주배경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많이 진행하고 있어 내가 좀 부족하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내심 들었다. 음악도 그들의 문화도 아직은 아는게 없지만, 앞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찾아보면서 배워나가면 되는 거니까 일단은 겁없이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라디오 프로그램 기획안
프로그램 제목 컨츄리 다방
형태 녹음방송
제작분량 60분
장르 음악방송
방송주기 월 1회
방송시간대 매월 셋째주 목요일 (첫 화만 넷째주 목요일)
프로그램 개요 매 회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음악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친구의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기획의도 미국 팝송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여러 국가의 노래의 매력과 함께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구 성 [처음]
-
인사말, 게스트(음악친구) 소개

 
[1부]
-
음악친구와 문화 토크 및 평소 즐겨 듣는 플레이리스트 소개

-이야기 주제를 크게 2~3가지로 나누고, 각 주제에 따라 노래 5곡 내외 소개
-평범한 일상에서 이야기의 주제를 선정하고, 자연스럽게 나누는 대화 속에서 문화의 다양함이 녹아들도록 함
 
[2부]
-(
음악친구의 나라 혹은 1부 주제와 어울리는)영화와 음악 소개

-영화 OST도 소개하지만, 영화를 닮은 음악을 소개하기도 함
-음악과 함께 그 나라의 문화 이야기 나누기
 
[끝]
- 끝인사

 

    급하게 결정된 만큼 급하게 라디오프로그램 기획안을 작성하여 제출했다. 하지만 직접 제작을 하기 전에는 구성을 완벽하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첫 회 게스트는 모르는 분을 섭외하기 보다는 아는 사람 중에서 섭외를 하기로 했다. 아는 사람이래봐야 한 사람 밖에 없지만. 하하.

내 주변의 유일한 외국인 친구, 나나(닉네임)는 일본에서 온 유학생이다. 디자이너를 꿈꾸며 뭐든 열정적으로 배우고 도전하는 소녀! 나만큼이나 하고재비[각주:1]인 친구다. 몇 달 전 참여했던 출판워크숍에서 알게 되어 따로 만나서 이야기한 적도 한 번 밖에 없지만 용기내어 섭외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바쁜 와중에도 흔쾌히 함께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고 한시름 놓음과 동시에 '이제는 정말 제작을 물릴 수 없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막막하기도 했다. 막막함의 원인은 잘 해야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는 항상 일을 벌일때는 '하면 되지!'라며 시작해 놓고, 막상 시작하면 '잘 해야 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어정쩡한 완벽주의로 셀프 고문을 계속하는 이 바보같은 성격을 우리 딸은 닮지 말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태교를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제발 즐겨보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남들이 듣기에 잘 못해도 괜찮다. 이번 프로젝트만큼은 내가 재밌으면 장땡인걸로.

  1. 무슨 일이든지 안 하고는 배기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경상도 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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